미국에서 범죄 혐의로 재임 중 피의자가 된 대통령은 닉슨만이 아니다. 빌 클린턴도 검찰의 칼날 위에 섰다. 유명한 르윈스키 성 추문 때문이다. 당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미 의회에 제출한 수사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응을 일으켰다. 법률적으로 적시된 혐의 내용보다 훨씬 상세하고 노골적인 묘사 때문이었다. 미 성인의 12%인 2000만명이 인터넷을 통해 \'스타 보고서\'를 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바람둥이 클린턴 대통령의 백악관 정사(情事)에 관심을 쏟았지만 법의 시선은 달랐다. 하고도 안 했다고 부정한 대통령의 증언을 문제 삼았다. 위증 및 사법 방해 혐의다. 클린턴은 미 하원에서 탄핵당했다. 성 추문으로 대통령 탄핵은 너무 심하다는 여론 덕분에 상원에서 구제됐지만 그는 미 역사상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대통령의 검은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다. 총리 재임 중 그는 미녀를 모아놓고 파티를 종종 열었다.
이때 열일곱 살 소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혐의로 지금껏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 탈세 등 각종 추문을 달고 살았다. 그가 받은 기소장만 100장이 넘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권으로 재판을 방해하면서 10년 넘게 집권했다.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다.그의 권력 수명은 이탈리아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간과 일치한다. 그는 연금을 올리고 세금을 깎으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도덕성의 구멍을 돈으로 메웠다. 돈으로 산 대중적 인기로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재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흔들거릴 때 그의 권력도 끝났다.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로 유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1999년 미국의 유고슬라비아 공습을 스캔들에 몰린 클린턴의 \'왝 더 독\' 전술로 의심한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르윈스키를 가리기 위해 다른 나라 국민의 희생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미 정계엔 이런 금언이 있다고 한다. \'자포자기에 빠진 대통령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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