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를 둘러싼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공방전이 미봉된 채 휴전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는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오랜 논란을 재연시켰지만 FBI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법적 종결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총기 테러범이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를 요구했던 FBI는 28일(현지시간) 애플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FBI의 소송 취하는 아이폰의 데이터 접근에 자체적으로 성공했다는 공표와 함께 이뤄졌다. FBI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의 범인인 사예드 파루크가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장치 해제에 나서달라고 애플을 압박했다.
FBI의 소송 취하로 애플과 FBI는 모두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기록했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사생활 보호를 내걸었던 애플은 정부의 정보공개 요구에는 굴복하지 않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보안망의 취약점을 드러냈다. 국가안보를 우선시한 FBI는 필요한 데이터는 확보했지만, 애플만이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그간의 주장이 민간업체를 압박하기 위한 편의적 방편이었다는 비판을 사게 됐다. 클라우드 업체 박스의 애런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의 승리자가 누구인지 말하기 어렵다”며 “이번 일은 아직 풀리지 않은 더 큰 문제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BI의 이번 소송 취하는 양측의 재충돌을 예고하는 일시 ‘휴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법무부는 FBI의 소송 취하 결정과 관련해 “사법기관이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위해 중대한 디지털 정보 확보를 보장받는 게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항”이라며 “앞으로도 (애플에 잠금해제를 요구했던 것처럼) 비슷한 요청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방법이 운영체제가 다른 아이폰의 잠금 해제에 유효한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생활 보호’를 공언했던 애플도 군색한 처지에 놓였다. 이번 사태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제3자가 아이폰의 보안망을 뚫었기 때문에 정보 암호화를 강화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제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애플 편에 섰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이익을 국익에 앞세운다는 일각의 비판도 애플로서는 부담이다.
FBI와 애플의 입장이 변하지 않은 만큼 향후 유사한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고든 크로비츠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발행인은 “FBI와 애플의 1라운드가 끝나고 열쇠는 의회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사회는 정부의 불합리한 압수·수색 등을 제한한 수정헌법 4조를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느냐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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