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로 유명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아일랜드 기업과 합병한 다음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기로 하면서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린다며 대선 주자들까지 가세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 2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아일랜드의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규모는 1600억달러에 달한다. 화이자는 존슨앤드존슨을 누르고 세계 1위 제약사가 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는 규모가 훨씬 큰 화이자가 앨러간을 흡수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앨러간이 화이자를 인수하는 형태로 만들어 본사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두기로 했다. 이른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를 해서 세금을 아낄려는 의도다. 미국은 법인세율이 35%에 달하지만 아일랜드는 선진국 최저 수준인 12.5%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이자가 128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수입에 대한 세금을 아일랜드 기준으로 내면서 세금 부담을 많이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미 대선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은 성명을 내고 “(화이자가) 정당한 세금을 회피했다. 이런 행태를 막을 공약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화당에서는 기업 이탈을 막기 위해 감세(減稅)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화이자 외에도 최근 미국에서는 유럽으로 탈출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어, 오히려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