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두 개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3개의 전쟁’을 남겨놓고 백악관을 떠나게 됐다. 백악관은 “오바마 정부가 8년 전 물려받았던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IS(이슬람국가) 격퇴전 모두 미국의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바마 “2017년에도 아프간에 미군 주둔”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의 미군 주둔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은 여전히 안보가 취약하다”며 “아프간군은 무장세력에 맞설 만큼 아직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피난처로 아프간을 이용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군의 주둔을 연장하는 것이 아프간의 평화유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9.11 테러처럼 미국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바마 정부는 원래 현재 9800여명 규모인 아프간 지원군을 내년까지 완전히 철군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2016년까지 현재 인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2017년에는 규모를 5500여명으로 줄이고 향후 아프간 상황에 따라 철군계획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야말로 ‘계획’일 뿐이다. 2017년 1월 이후 백악관은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파병 연장 결정에 대해 “오바마가 현실에 고개를 숙였다”고 평했다. 오바마는 2008년 “조시.W.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두 개의 전쟁을 임기 내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가 말한 두 개의 전쟁은 이라크전(2003년)과 아프가니스탄전(2001년)이다. 그리고 오바마 정부는 하나의 전쟁을 더 추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국제연합군을 이끌고 시작한 IS 격퇴전이다.
■길수록 꼬이는 ‘3개의 전쟁’
전쟁 수가 늘어난 것보다는 세 개의 전쟁 모두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세 개의 전쟁에서 오바마 정부가 세운 원칙은 깨졌거나 실패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정부군을 훈련해 장기적으로 미군을 대신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군의 파병전략은 돈만 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이 지난 15년동안 아프간군 재건을 위해 들인 비용은 650억달러가 넘는다.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는 난민 중에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훈련받은 전직 군인들이 많다. 이들은 테러조직과 싸우는 대신 무기를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고, 이들이 쓰던 무기는 IS등 테러조직에 넘어가고 있다.
지난 달 탈레반이 쿤드즈 등 아프간 북부지역을 장악한 뒤 미군이 국경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을 오인 폭격해 22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건은 미군의 정보력과 전투력 모두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미국 온라인미디어 인터셉트(Intercept)는 미군 내 기밀자료를 입수해 “2011년~2013년 초까지 미군이 실시한 드론공격 중 90%가 오폭이었다”라고 폭로했다.
미국은 최근 IS와 싸우고 있는 시리아 반군과 쿠르드 민병대 조직에 전투기로 무기를 투하했다. 미국은 무기 지원이 무장조직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그동안 민병대 등 반군에 무기지원은 하지 않았으나 원칙을 깼다. 오바마 정부는 IS격퇴전에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언제까지 유지될 지 알 수 없다. 미 의회는 이미 지난 2월 필요시 외국에 지상군을 파병할 수 있는 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은 지상군 투입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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