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슈퍼팩(Super PAC)이 갈수록 활동범위를 넓혀 가며 주요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슈퍼팩은 원래 특정 후보나 정당의 선거캠프에 소속돼 있지 않은 정치 외곽단체로 정치자금 모금과 독자적인 후보광고를 해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10년 슈퍼팩이 모금할 수 있는 정치자금의 상한선을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자를 둔 슈퍼팩이 금권정치를 선도해 왔다. 2012년 대선에서 슈퍼팩이 투입한 선거자금이 10억달러(약 1조1367억원)를 넘었다.
슈퍼팩은 이제 단순히 선거자금 모금이나 후보 홍보활동에 그치지 않고, 후보의 선거캠프를 대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후보를 지원하는 슈퍼팩이 선거캠프의 핵심기능인 유권자 조직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원하는 슈퍼팩인 ‘커렉트 더 레코드’는 상대후보 진영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규정에 따르면 슈퍼팩은 특정 후보나 정당과 직접 협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는 게 각 후보 선거캠프의 해석이다. 슈퍼팩이 특정 후보의 선거캠프를 대신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선거법 위반 걱정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WP는 전했다. 이 규정에는 허점이 많아 빠져나갈 구멍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후보 캠프와 슈퍼팩이 선거전략 등을 협의할 수 없지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선거전략을 통보하는 것은 무방하다. 더욱이 슈퍼팩에 대한 규제는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첫 번째 경선은 내년 2월 1일 실시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이다. 현재 양당의 예비후보를 지원하는 슈퍼팩은 아이오와주에서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 지원, 유권자 풀뿌리 조직 활동, 투표 참여 독려 운동 등이 그 대표적인 활동이다. 이 때문에 선거 캠프와 슈퍼팩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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