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나를 살린 음식이다.”
충남 당진에서 2남 4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알레르기가 심해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예외가 김치. 그래서 늘 김치와 밥을 먹었다. 겨우내 먹는 김장김치가 맛있으면 살이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꼬챙이처럼 마르곤 했다.
1985년 결혼 후 집들이를 앞두고 총각무로 처음 담근 김치를 맛본 지인들이 “정말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김순자 한성식품 사장(61)은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32세 때인 1986년 김치 사업에 나섰다. 폐업한 서울의 작은 단무지 절임공장을 사들인 뒤 설비를 갖췄다. 가장 좋은 재료를 구해 배추김치를 담가 원가에 인건비만 붙인 가격으로 납품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제조 과정을 꼼꼼하게 체크한 뒤 정부 관계자가 공식 김치 공급업체로 지정했다.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등에도 김치를 공급했다.
김치 표준화를 위해 제조법을 매뉴얼로 만들었다. 김치 회사로는 처음으로 1996년 ISO 인증을 받았다. 외국인이 김치 냄새와 맛에 기겁하는 것을 보고 세계인이 먹을 수 있는 김치 개발에도 착수했다. 피망, 양배추, 브로콜리, 수박, 사과 등 100여 가지 채소와 과일로 색깔과 향기가 좋고 맵지도 않은 김치를 만들었다. 2005년 백년초로 백김치를 만들었다. 김치로는 처음으로 미국 특허를 받았다. 이어 FDA에서 품목 승인을 받아 수출길을 열었다. 고비도 많았지만 김 사장은 세계 15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한성식품은 연매출 50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치 분야에선 처음으로 2012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개발한 김치만 1000종이 넘고 미역김치 브로콜리김치 등 24개의 특허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사가 찾아와 배우는 김치전문학교를 세워 운영하는 게 그녀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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