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 1세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일이 있다. 내 사업체를 자녀가 이어받느냐의 문제다.
봉제, 건설기술, 청과, 델리 등 한인 1세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업종들이 대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뉴욕타임스는 몇년 전 이 문제를 심층보도하며 30년 넘게 지탱해온 청과, 델리, 봉제업체들을 이어받은 사람들은 이들의 자녀가 아니라 새로 이민온 한인들이라고 지적했다.
80년대부터 한인들이 성실과 끈기로 장악하기 시작한 이들 업종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미국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2세들은 떠맡길 원치 않는 분야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이 생고생을 하고,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이들 업종에 뛰어들기를 원치 않는다.
따라서 부모들이 은퇴하게 되면 여러 업종의 명맥이 끊길 가능성은 무척 높다.
반면 유태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가업 계승을 하고, 소매, 도매, 제조 등 사업을 한단계씩 발전시키고, 공동으로 사업체나 부동산에 투자, 규모를 키워와 오늘날의 경제파워를 형성했다.
멀리 내다보는 유태계, 느릿느릿 가는 중국계와는 달리 한인 1세들은 비즈니스 운영면에서 조급하다. 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무리도 많이 한다. .
한때 500개가 넘는 뉴욕 한인봉제업체들은 현재 100개 수준이라고 한다. 자녀들이 봉제업을 기피하다보니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능력과 새로운 감각도 떨어지고, 한인봉제업계도 침체가 계속되는 것이다.
물론 가업을 잇는 한인업체들도 꽤 많다. 보석분야에는 김스보석처럼 두 딸이 보석감정사가 되어 아버지를 돕는 경우도 있고, 맨해튼의 뉴욕골프센터는 두 아들이 아버지의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모의 사업체가 파산의 위기를 겪을 때, 미국유통업체에 납품을 성공시켜 대형기업으로 키운 경우도 있다. 문제는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호흡을 잘 맞추느냐다. 이왕이면 자녀들이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공시켜주면 최상이다.
또한 유통, 부동산, 요식업,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주인 부모와 함께 현장 경영을 몸소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넘겨받으며 도약하는 한인업체들이 늘고 있다.
LA에만 해도 꽤 큰 규모의 한인업체들 중 가업을 이어받은 한인자녀들이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녀들은 우선 언어 장벽이 없고, 타인종의 유행이나 성향에 훨씬 민감해서 부모보다 더 사업을 잘 할 수 있다. 특히 입찰 등 정부 관련 비즈니스는 자녀들이 훨씬 뛰어나다.
문제는 이들 뛰어난 능력의 구슬들을 어떻게 꿰고, 연결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1세들의 몫이다. 비즈니스 네트웍이 어려운 자녀들을 도시별로, 미 전역으로 연결시켜 한인비즈니스의 영역을 더 키워나가는 것이 1세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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