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구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브라질 월드컵에 쏠려있다. 그런데 정작 개최국인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반대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집에 가!\" \"월드컵따윈 필요없어, 치료받고 공부할 돈이 필요해!\"
곳곳에서 열리는 반대시위에 등장한 피켓 문구들이다. 그런데 월드컵을 유치한 장본인은 바로 브라질의 영웅 룰라 전 대통령이다. 룰라는 4번의 대선 도전 끝에 당선되어 8년간 재임하면서 혁신적인 기아퇴치 및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국가부채를 줄이고, 연 4~5% GDP 성장을 이루는 등 경제 업적을 이뤄낸 국민영웅이다.
그는 퇴임 직전 89%의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월드컵뿐 아니라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브라질 국민의 분노가 요즘 룰라 전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월드컵이 아니라 높아가는 물가와 복지 등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브라질 국민은 당장 토마토가 비싸 먹지 못하고, 타고 다닐 버스요금이 없어서 많은 서민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브라질의 가장 중요한 음식재료인 \'토마토\' 가격이 1-2년 사이에 1.5배가 올랐고,각종 물가가 높아지니 브라질 국민들의 생활고는 점점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브라질의 버스요금이 크게 올라 이에 항의하는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주어진 운명을 극복한 위대한 인간, 반대파의 정책까지 포용한 성공한 대통령이었지만, 월드컵 반대 시위는 룰라가 브라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는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룰라 대통령의 재임 시절, 많은 성장을 거듭했지만, 실제로 브라질의 가장 큰 문제인 빈부격차와 교육, 복지, 노동 등의 문제점을 완전히 바꾸지 못했고, 이것이 지금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은 여전히 부패가 뿌리박힌 나라다. 빈부의 차가 극심하고, 경찰, 공무원들은 매사에 뇌물을 받아야 일을 시작한다.
브라질 국민은 어떤 나라보다 축구를 좋아하고 월드컵을 즐기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월드컵은 경제 성장을 갖다 주는 마술쇼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괴물로 비춰지고 있다.
3주 후 월드컵이 끝나고 더 망가질 브라질 경제를 생각하면 시위는 훨씬 더 거세질 수 있다. 브라질은 10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후견자로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은 호세프 선거운동에 열심이다..
좌파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지만, 다시 불어닥친 브라질의 위기 속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룰라 전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이 10월 선거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미주한인사회에도 월드컵 열풍이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무승부로 한국팀이 의외로 선전하자 월드컵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월드컵이 주는 만족감은 우리에게 감동과 희열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한인식당들의 매상을 잠깐 늘어나게 할 수는 있지만 한인비즈니스 자체에 큰 도움은 안된다.
그러나 정치는 가능하다. 정치는 한인사회와 한인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후에 한인사회는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그러면 9월에 열리는 예비선거에 한인사회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후보들이 누구인지 눈여겨보고, 지역정치에 더욱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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