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10년간 지속된 만성적자에서 이제 막 탈피, 재도약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던 상황에서 날아든 악재로 수익구조 정착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5일 공정위는 쌍용양회 (16,300원 상승400 2.5%), 한일시멘트 (107,500원 상승5500 5.4%), 성신양회 (9,440원 상승480 5.4%) 등 국내 주요 시멘트 제조사 5곳에 업체별 시장 점유율과 시멘트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등 담합행위를 했다며 총 199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다만, 당초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프랑스계 시멘트 제조사 라파즈한라와 동양시멘트 (3,990원 상승40 -1.0%)는 각각 증거 불충분, 회생채권 인정의 사유로 과징금 부과 면제조치를 받았다.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시멘트 업계는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경기가 최근 2년 새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관산업인 시멘트업체들도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선 상황인데 이로써 창출한 수익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 한해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다짐했지만 연초부터 사기가 꺾여버렸다\"고 말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5개 시멘트 업체가 올 3분기까지 기록한 합계 순이익(2060억원)의 96.8%에 이른다. 4분기의 순익이 최종적으로 반영돼 총 순이익이 다소 증가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업체들에는 부담스러운 액수인 것이다.
한편 당시의 가격 공동 결정행위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수급 불균형 등을 이유로 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였던 당시의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가격 기준은 필요했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시멘트 제조사들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펼쳐왔다. 2004년 12월 톤당 6만1000원이던 시멘트 가격은 2005년 4월 5만9000원, 2006년 12월 4만8000원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6만원선을 회복했지만 2011년 3월 5만1000원으로 다시 하락했고, 시멘트, 레미콘, 건설 등 유관업계 3자가 가격을 둘러싸고 반목을 지속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는 2012년 2월 직접 나서 3자 합의를 유도하는 행정지도를 펼치기도 했다.
업체 간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이 기간 중 업계 누적적자는 8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1위 업체인 쌍용양회의 경우만 해도 당시 누적적자가 3000억원 가까이에 이르렀다.
한편 시멘트 업계는 공정위로부터 정식으로 이번 결정에 대한 의결서를 접수한 뒤 향후 대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