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일본 내 한국 기업과 교민 사이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 동안 양국 관계 악화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도쿄 신주쿠역 주변에는 한류 최대 복합시설이었던 K-플러스가 있던 장소가 있다. 대형슈퍼와 화장품 매장, 케이팝 공연장 등이 합쳐진 이 시설은 2012년 개점 직후 한일 관계가 악화돼 경영난에 시달리다 1, 2층이 중국인 대상 면세점으로 변신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면세점을 시작으로 이 일대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은 벌써 8개나 들어섰다. ‘대사관’ ‘오작교’ 같은 대표적 한국 음식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오영석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장(63)은 “거의 대부분 한인 상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오쿠보 역 건너편만 해도 한국 식당이 20개가 있었는데 3개만 남고 17개가 중국 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찾은 일본 관광객 3년 전의 절반도 안돼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가장 피해를 본 기업들은 여행업계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수는 133만 명으로 3년 전 같은 기간(277만 명)의 절반도 안 된다.
한때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 기대되던 식품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9월 막걸리 수출은 477만 달러였는데 2011년 같은 기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은 3분의 1로 줄었고, 김치 수출은 반 토막 났다. 엔화 약세 영향도 있지만 반한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한글을 지워라
삼성 스마트폰은 2012년만 해도 일본 시장 점유율이 15%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4.7%까지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4월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 시판제품인 S6와 S6엣지의 삼성 로고를 지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일본에서는 찬바람이다. 기초 화장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일본 고객들이 포장지에 한글이 적혀 있으면 구입을 꺼린다”며 “궁리 끝에 한글을 모두 지웠다”고 했다.
○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일본 교민들은 반한 감정이 점차 고착화되면서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 필요하지도 않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다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한일 직장인 6000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인 중 무려 77.3%가 “한국이 사업상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 68.8%는 “사업상 일본은 필요한 나라”라고 답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2003년 ‘겨울연가’가 히트하자 ‘올인’, ‘대장금’ 등을 연이어 틀면서 한국 드라마(한드)의 메카로 불렸던 NHK도 12년 만에 한드 방영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