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의 잇따른 예술 검열, 탄압 의혹에 반발해온 연극인들이 서울 대학로 거리로 나가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정치적 이유로 특정 예술가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에는 국립국악원이 이 예술가를 공연에서 하차시키고, 예술위 산하 기관이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내용을 담은 연극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온 데 따른 것이다.
30일 서울연극협회 등 연극계에 따르면 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앞에서 연출가 김정, 윤혜숙, 송정안 씨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연극인들의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맨 처음 시위에 나선 이 3명은 논란이 된 예술위 산하 공연예술센터 자체 기획공연 \'팝업 씨어터\'에 참여한 연출가들이다.
김정 연출은 공연예술센터가 지난 18일 \'팝업 씨어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그의 연극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극 내용 가운데 아들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주검이 돼 돌아왔고, 입고 있던 점퍼가 \'노스페이스\'였다는 대목이 세월호 사태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팝업 씨어터\'는 카페, 로비, 공원 등 일상적 장소에서 하는 게릴라공연이다. 문제의 공연은 현재 릴레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대학로예술극장 내 카페에서 열렸다.
당시 공연을 본 한 관객은 예술위 홈페이지에 \"공연을 위해 책상을 잠시 옮기려 하자 주최 측 관계자라는 사람이 책상을 옮기지 말라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며 \"불쾌감을 주고 공연을 방해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연출가 전윤환 씨는 이 세 연출가와 함께해달라며 페이스북에 \'팝업씨어터 사태 15분 피켓 릴레이\'를 제안했고, 고연옥 작가, 이경성 연출,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등 연극인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국립국악원은 내달 예정된 \'앙상블시나위\'와 기타리스트 정재일,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협업 공연에서 박 연출이 연출하는 연극을 빼고 음악 연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하라고 요구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연극협회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최근 또다시 불거진 공공기관의 작품 개입 논란에 연극인은 분노하고 있다\"며 \"서울연극협회는 일련의 사태를 좌시하지 않고 연극인들이 다시 공연장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연극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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