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에서 전이성 암(癌)을 치료하다가 암 환자와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곤 한다.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의 슬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으로써 큰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특히, 표적치료제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던 환자들이 1~2년 후 내성으로 인해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어 절망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명과 직결된 암 치료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환자들이 하루라도 더 살면서 일상생활을 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암 치료법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왔지만, 완치가 없는 만큼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세대 암 치료제인 세포독성항암제는 암 환자의 생명을 조금 연장할 수 있었지만, 정상 세포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작용이 심각해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후에 등장한 2세대 치료제인 표적항암제는 특정 암 세포만 공격하기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보다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해당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고, 똑똑한 암세포가 시간이 지나면 치료제에 적응해 자신을 바꾸기 때문에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치료 효과가 좋았던 만큼 내성이 생기면 환자의 절망은 더욱 커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암’과 같은 비정상 세포가 몸에 나타났을 때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암 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회피 물질을 만드는데, 면역항암제는 이 같은 암세포의 방해 공작으로 눈이 가려졌던 면역 체계를 똑똑하게 만들어 암세포를 제대로 알아보고 잘 싸울 수 있도록 한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타겟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표적치료제가 가진 한계점인 내성의 우려가 적고 치료 효과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또 탈모, 구역, 구토와 같은 부작용도 거의 나타나지 않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면역항암제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었던 암을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암의 만성질환 시대로의 문을 연 것이다.
이런 혁신적인 면역항암제가 최근 국내 허가를 획득해 국내의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항(抗)PD-1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성분)는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비소세포폐암 및 위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의 큰 장애물이었던 부작용과 내성문제를 모두 해결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도 혁신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특정 환자 군(群)에 있어서는 그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암 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연 면역항암제가 앞으로 많은 환자들의 생명과 삶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면역항암제 덕분에 암도 관리가 가능한 시대가 오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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