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예술감독 내외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를 둘러싼 \\\'성추행 조작\\\' 공방이 진실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 전 감독의 아내 구모씨가 해외에 체류 중인데다 강제 출석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아 경찰 수사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직원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지난달 불구속 입건된 구씨는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이다.
구씨는 정 전 감독의 실질적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일부 서울시향 직원들에게 \\\"박 대표가 폭언과 성추행,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호소문을 배포하도록 하는 등 사퇴를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씨가 정 전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던 도중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구씨를 조사해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구씨를 강제로 출석시킬 수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신청 여부에 대해 \\\"수사 상황이라 답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구씨가 프랑스에서 귀국해 경찰에 자진 출석하지 않는 이상 수사에 상당 기간 큰 진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 사이 정 전 감독 내외에 대한 \\\'성추행 조작\\\'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구씨가 경찰에 입건되자 정 전 감독은 곧바로 \\\"거짓과 부패는 추문을 초래하지만 인간의 고귀함과 진실은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라며 지난달 말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시향 단원들도 호소문을 통해 \\\"박 전 대표는 \\\'개혁\\\'이라는 명목하에 사무국 직원들에 대해 언어폭력 및 인권유린을 자행해 취임 이후 약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사무국 직원 27명 중 13명이 퇴사했다\\\"며 \\\"박 전 대표의 퇴임 이후에도 직원들은 불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커져가는 조작 의혹에 대응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 전 감독에 보낸 편지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떤 말씀도 드리지 않으려 했으나 (중략) 정 감독님께서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을 다시 한 번 \\\'한 사람의 거짓말\\\'이라면서 무덤 속으로 다시 밀어넣으셨다\\\"고 반박했다.
이어 \\\"직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 수사가 많이 지연됐다\\\"며 \\\"감독께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고 하셨으니 10개월 넘게 귀국하지 않고 유럽에 계신 사모님께서도 속히 귀국하셔서 경찰 조사에 응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향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이 요원해짐에 따라 공연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향은 오는 9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 공연과 16일 \\\'말러 교향곡 6번\\\' 공연을 앞두고 있다. 두 공연은 2일 현재 절반 이상이 예매됐는데도 지휘자가 공석이다.
서울시향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 전 감독이 사임함에 따라 2016년 예술감독 지휘예정 공연은 대체 지휘자를 섭외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내부적으로 대책을 수립 후 조속히 안내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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