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서서히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인가? 노무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반기문 총장의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한국 언론들이 뜨겁다. 뉴욕은 물론 미주한인 대다수가 대선주자 1위의 반기문 총장과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반기문 총장의 위안부 발언에 대해선 조금 경솔했다는 의견들이 강하다. 이번 반 총장의 발언은 친 박근혜를 넘어선, 진골 박근혜계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작 반기문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노무현 정부의 덕택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기문 총장은 충청도 출신이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 외무고시 3회를 거쳐 관직에 등용됐다. 2001년 한러 정상회담 파문으로 외교부 차관이었던 그가 경질당했을 때, 반 총장을 발탁해 유엔 무대에 대뷔시켜 준 인사가 한승수 전 총리였다.
2001년 파문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할 수도 있었던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청와대 외교 보좌관을 지낸 그는 윤영관 전 장관의 불명예 퇴진으로 \\\'어부지리\\\'를 얻어 외교부 장관이 된다. 또한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에서 낙마하면서 유엔사무총장의 꿈을 접어야 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후속 카드로 아시아 차례의 \\\'순번제 사무총장\\\' 후보에 반기문 총장을 올린다. 노무현 정부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포기하면서 표를 확보, 반 총장을 도왔다. 관료로서의 능력과 뛰어난 처세, 그리고 엄청난 관운, 그런 그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반 총장의 \\\'대망론\\\'은 여야를 넘나들었다.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이 그를 야권에 끌여들이려 했고,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기 마지막 해에 들어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6년 정치권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2017년에 접어든다. 그 해에 한국에서 대선이 있다. 그리고 반 총장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금 반 총장은 새누리당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반면 야당은 반 총장의 \\\'위안부 협상\\\'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반 총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김무성 대표는 \\\"반 총장은 아주 훌륭한 후보다. 새누리당으로 와야 한다\\\"면서 \\\"총선이 끝나면 내가 직접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충청권의 맹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새누리당에는 매력적이다.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대선을 차지한다\\\'는 정치권 속설도 있다.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상을 타결한 박 대통령에게 반 총장은 \\\'박비어천가\\\'를 불렀다. 그는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24년간 어려운 현안으로 되어 있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해 9월 유엔을 방문한 과정에서 반 총장을 7번이나 만났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4일간 총 7번이다.
반 총장이 슬금슬금 한국 정치로 향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대못\\\'을 박으면서까지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 이제 국내외에서 반총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출신 대통령,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국내 정치에서 그는 한번도 검증 받지 않았다. 그의 관료로서 이력을 보면 \\\'대세추종형\\\'일 것이라는 생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위안부 협상에 대한 \\\'극찬\\\'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반 총장이 \\\'헬조선\\\'이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정치적 갈등 등 각종 꼬인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자질이 있는지, 또 대권을 차지할 수 있을 지, 국내외 온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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