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우의 명예, 반드시 되찾아야”
10년째 미정부 상대 로비하는 딜러드대령
“특수부대원 출신 한인 20명 워싱턴 거주”
한국전 당시 미군을 도와 혁혁한 전공을 남기고도 역사 속에 묻혀 버린 한국 특수부대원들의 명예를 찾아주기 위해 10년이 넘게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미국인 노병이 있다.
올해 나이가 90세인 더글러스 딜러드 대령은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다.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벌지 전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병사 가운데 하나였고 한국전쟁에 다시 뛰어들어 공수부대 장교로서 115회가 넘는 작전을 수행했다. 매 순간, 매 임무 때마다 생사를 오갔다.
35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민간인으로 돌아와 메릴랜드에서 편하게 여생을 보내던 그는 2001년 한국전참전용사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을 방문한 후 함께 싸웠던 ‘KLO 8240 유격대’ 등 한국 특수부대원들을 만나고 나서 다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적진 깊은 곳에 투입돼 목숨 걸고 작전을 수행한 이들은 비밀에 가려진 작전이 많아 전혀 인정을 못 받았고, 6.25 전쟁 당시 미군도 큰 도움을 얻었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이들의 존재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딜러드 대령은 “이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친한파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미국 내 한국전 특수부대원들의 존재와 희생을 조만간 공식 인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딜러드 대령은 연방의회가 관련법을 통과시킬 때까지 로비를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딜러드 대령은 한국전 당시 한국 특수부대원들을 훈련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 이르는 지역에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적군의 교신을 훔치는 등 이들의 임무는 매우 어렵고 중요했다. 당시 그는 한국 특수부대원들과 팀웍을 잘 이루어 많은 임무를 수행했는데, 가슴 아픈 일은 한국 특수부대원들이 귀환 도중 아군의 총에 맞아 많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작전이 비밀이었던 데다 적군의 군복으로 위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딜러드 대령은 2001년 한국 방문 당시 8240부대 출신들을 만난 후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국으로 돌아와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방부 등 각 관련부처에 보낸 사본이 1,500 페이지가 넘는다. 많은 고생끝에 우선 메릴랜드 보훈처가 한국군 특수부대원들의 전공을 인정한다는 서류를 보내왔고, 래리 호건 주지사도 공식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최근 암이 발병하면서 아쉽게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딜러드 대령은 메릴랜드 주의회에서 조만간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믿고 있다. 메릴랜드 주의회를 통과하면 연방의회까지 계속 밀어붙일 생각이다.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전 특수부대원 출신 한인 숫자는 약 20명 정도. 미 전역에 수백명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딜러드 대령은 “만일 미 정부가 이들이 정당히 받아야 할 명예를 찾아준다면 미주 한인사회에도 경사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현재 딜러드 대령은 2년 전 워싱턴 지역의 한국군 특수부대원 출신 예비역들과 함께 조직한 ‘한미 공수특전단전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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