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UC 계열대를 졸업한 한인 이모씨. LA 한인타운에 직장을 구한 그는 취업 후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다이아몬드바 근처 부모님 집에서 한인타운까지 출퇴근 거리가 멀기도 하고 직장을 구했으니 혼자 살고 싶은 마음에 한인타운에 아파트를 구한 것이다.
이처럼 1년 조금 넘게 독립해 살아온 이씨는 그러나 비싼 렌트와 식비 등으로 매달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다가 결국 최근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 법대 진학을 위한 학비를 모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아파트 렌트와 자동차, 개스값 등 돈 들어가는 곳이 너무 많고 이 때문에 저축할 돈은 한 푼도 남지 않는 게, 예전처럼 친구들과 맘 편히 놀기도 힘들다”며 홀로서기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씨의 경우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뒤에도 부모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한인사회에서도 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캥거루 새끼가 어미의 주머니에서 자라는 것을 빗댄 말로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의존하는 청년층을 지칭한다. 흔히 취업할 생각을 않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는 이른바 청년층 백수를 뜻하는 ‘니트(NEET)족’이 아닌데도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잡아 높은 연봉을 받지만 부모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례도 있다. 경제적 독립을 미루고 비싼 주거비용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한인 장모씨는 대학 졸업 후 은행권에 취직했다. 장씨는 같은 해 졸업해 취직한 친구들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부모님 집에서 독립하지 않았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장씨는 “가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자유롭게 혼자 사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지금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직장 동료나 친구들보다 매달 2,000달러 이상 더 저축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아직 완전히 독립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부모님과 더 머물며 돈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실제로 2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고 결혼과 내 집 마련을 위한 비용을 저축하고 있다고 한다.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18~34세 청년세대 중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함께 살고 있는 비율이 지난 2007년 22%대에서 올해 26%로 늘어났다.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미국 내 젊은 계층의 4명 중 1명은 ‘캥거루족’인 셈이다.
숫자로 따지면 미국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18~34세 젊은층의 수가 지난 2007년 1,340만여명이던 것이 2015년에는 1,630만여명으로 300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경기 회복세로 젊은이들의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고용상태가 나아지고 평균 임금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취업 후 혼자 독립해 사는 청년층은 오히려 71%에서 67%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취업 후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독립을 한 청년들도 완전한 독립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아파트 렌트, 자동차 페이먼트를 지원 받고 생활비는 자신이 부담하거나, 반대로 일부 생활비를 부모에게 지원 받고 기타 비용은 자신이 부담하는 경우들도 많다는 게 캥거루족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렌트 상승과 학자금 부채 증가를 꼽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주거비용이 계속해서 높아짐에 따라 캥거루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학 졸업을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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