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뛰고 싶다면 전문성과 어학실력 갖춰라
경쟁률 100 대 1 넘고 선발까지 2년 걸리기도
많은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세계를 무대로 마음 껏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그 멋진 매력 때문이다. 더구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국제기구 3대 조직 중 두 군데의 리더가 돼 있는 지금, 한국인 젊은이들의 이 꿈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취업 문호는 ‘좁은 문’ 그 자체다. 어떻게 해야 그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6일 중앙일보에서 열린 ‘국제기구 들어 가는 법 세미나’에서 세계은행 이기훈 박사(54·사진)는 “국제기구의 취업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꾸준한 관심과 영어 및 외국어 능력 구비, 그리고 전문성과 창의력을 키워 나간다면 뜻밖에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문’ 국제기구에 대해 “미리 알고 준비해 놓으면 찬스가 있다”는 뜻이다. 이기훈 박사는 경제학 전공자로, 18년째 세계은행에서 근무중이다.
국제기구 지원 방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본다.
◇ 국제기구란
국제기구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국제조약에 의해 설립된 정부간 조직체’를 말한다. 공적인 정부간 조직이기 때문에 일부 국제협상이나 구호활동을 하는 비정부조직(INGO)과는 차이가 있다. 국제기구의 종류는 국제연합(유엔)의 6개 기관 및 산하기구, 전문기구 등으로 구성된 ‘유엔시스템’이 그 중심 역할을 하며 이들 각 기구는 모두 60여개에 달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독자적 기구도 있지만 이들 기구 역시 넓은 의미의 유엔시스템안에 포함된다.
◇ 인재 채용 시스템
유엔은 정치·경제·교육·환경·노동·IT·사법 등 수많은 분야와 방대한 조직으로 되어 있다. 어떤 기구는 ‘식량’만을, 어떤 곳은 ‘화학무기’, 어떤 곳은 ‘아동교육’, 어떤 곳은 ‘빈곤’만을 다룬다. 즉, 이는 국제기구에선 직원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말과 같다.
이 박사는 “국제기구 채용은 각 기구내 부서 별로 인력을 충원하는 시스템이어서 지원자의 이력서를 통해 당장 자신의 부서에서 활용이 가능한 지를 확인한다”며 “국제기구에 합격하려면 해당 기구에 대한 필요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먼저 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1946년 창설 당시 약 300명의 직원으로 시작된 유엔은 현재 4만4000여명이 일하고 있는 매머드 조직이다. 채용 방식은 유엔시스템 내의 각 기구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제도를 쓴다는 것. 다시 말해, 유엔의 채용방식만 알면 다른 대부분의 국제기구 채용 방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채용 방식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① 수시 채용 = 공석이 생길 때 모집공고를 홈페이지(https://careers.un.org)에 게재하거나 회원국 정부 기관(한국은 외통부)에 알린다. 따라서 언제 인력 모집이 있을지 모르니 수시로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채용 공고에는 분야, 직책, 근무지역과 학력·경력 등 구체적인 요건들을 올려 놓는다. 대개 일반적인 전문 직원의 경우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과 2~10년의 경력을 요구한다. 유엔에 근무하는 상당수 직원의 등용문이기도 한 이 수시모집은 최종 3차 면접까지 진행되며 최장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워싱턴 본부에만 1만여명이 일하는 거대 조직인 세계은행(World Bank)의 경우 컨설턴트(Consultant)란 이름으로 단기 계약을 맺어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많은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 150일(단기계약)에서 2년(연장계약)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업무능력과 성과에 따라 나중에 계약이 연장되거나 정규 직원으로 채용된다.
지원자는 유창한 영어는 기본이고 업무에 관련된 컴퓨터 기술과 제 2외국어(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한 개 이상을 할 수 있으면 유리하다.
② YPP (Young Professionals Programme) = 만 32세 이하 학사학위 소지자 이상에게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청년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일단 선발되면 2년 근무 후 거의 정규직으로 채용 된다. YPP는 국제기구에서 직접 선발하는데, 주로 국제기구 과소 진출국 국민이 대상이다. 한국은 국제기구 분담금 대비 직원 수가 아직 적어 과소 진출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YPP에 응시할 수 있다. 유엔 사무국 외에 UNDP(유엔개발계획), UNICEF(UN아동기금),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OECD에서도 YPP를 채용한다.
세계은행의 경우 1년에 40-60여명의 YPP를 뽑는데 대개 5000명 이상이 지원,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서류전형으로 400여명을 뽑은 뒤 최종 결정까지는 거의 9개월이 소요된다.
③ JPO (Junior Professional Officer) = JPO는 각국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국제기구에 1~2년간 수습 직원을 파견하는 제도다. 수시 모집 공고보다 자격 요건이 낮기 때문에 사회초년생 혹은 대학생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응시 자격은 30세 이하,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 TEPS(텝스) 900점 이상이다. 시험을 거쳐 선발된 인원은 국제기구 파견 기간 종료 후 직원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시 모집시에도 JPO 경력이 우대 된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2년까지 JPO 종료자의 국제기구 진출은 81%에 달했다.
JPA(Junior Professional Associate) 제도도 있는데, 이는 28세 이하 학사학위 이상 소유자가 대상이다. 이 경우 2년 근무 후 2년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④ 인턴십 프로그램 = 대학때 국제기구 진출에 뜻을 갖고 있다면 이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발 대상, 자격, 시기는 국제기구마다 다르므로 수시로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동시에 NGO 인턴십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인맥을 형성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입증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인턴 홈페이지: https://careers.un.org/lbw/home.aspx?viewtype=IP
세계은행은 여름(7~9월)과 겨울(12~3월) 두 차례에 걸쳐 인턴을 모집한다. 대상은 지원 당시 석·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다. 매년 150~200여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는 여름에 5000여명, 겨울에 2000~3000여명에 달한다.
IMF(국제통화기금) 인턴십은 주로 거시 경제나 유사한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경험을 쌓도록 하는 제도이다. 인턴십동안 연구 프로젝트 수행 및 논문을 발표하게 되며 이는 채용의 기회로 연결되기도 한다. 매년 50여명을 선발하며, 지원 마감은 매년 1월15일이다. IMF 인턴십은 세계은행에 비해 거시·금융경제분야 전문가들에게 더 많이 개방돼 있다.
◇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나
국제기구 직원의 대부분이 석사 이상의 전문 인력이다. 따라서 막연히 ‘국제기구에 가고 싶다’가 아니라 ‘어떤’ 국제기구에 가길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관련 분야와 상관 없는 끼워넣기식 이력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기구 직원이나 인턴 채용 과정은 한국과 달리 인사과는 행정적 절차만 담당하고 실제 선발은 각 부서에서 결정하므로, 평소 각 기구 내부의 스태프 등과 네트워크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외국어 능력’이다. 영어 외의 유엔 공용어(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구사가 가능하다면 채용에 유리하다. 특히 유엔과 같은 큰 조직에서는 서류 업무가 많은 만큼 쓰기 능력이 강조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훈 박사는 “국제기구 취업이 ‘바늘구멍’이고 선발기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이것에만 너무 장기간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꾸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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