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잔디 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카트를 몰고 나타났다. 카트에서 내린 그는 의족을 한 한인 청년을 보고 밝게 웃으며 \"잘 지내고 있느냐\"고 악수를 건넸다.
청년은 웃으며 \"워싱턴DC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잘 정착했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DC 인근 TPC 포토맥 골프장에서의 우연한 조우였다.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찾아오게 한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전쟁영웅 제이슨 박(24). 한인 2세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그는 2012년 12월 아프간 파병 도중 탈레반의 폭발물에 두 다리와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소대원을 대피시키다 입은 부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 발생 열흘 후 병원으로 직접 문병을 와 \"미국을 대신해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었다. 이날 만남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참모들과 골프를 즐기다 같은 골프장에 제이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찾아와 이뤄졌다.
미 국방부서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제이슨은 전역 후 보잉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제이슨의 아버지 박영태(52) 예비역 대령도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박씨는 1983년 제이슨은 2011년 각각 소위로 임관했다. 부자가 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건 한인으론 처음이다. 제이슨은 \"웨스트포인트를 가게 된 것도 군인인 아버지가 너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온 아버지 박씨는 2008년 한국계 최초로 국방무관에 임명돼 말레이시아 미 대사관에서 3년을 근무했다.
주한미군 2사단 한.미연합사 소속으로 모국 한국에서도 7년을 복무했다.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아들의 부상 직후인 지난 2013년 3월 예편했다. 하와이에서 열린 예편식 때는 제이슨이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