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한국 땅을 떠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동남아 등지로 제조기지를 대거 옮긴 데 이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한국을 등지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집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작년 한 해 동안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6조87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법인 설립도 1594개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최근 3~4년 동안 중기의 해외 법인 설립과 투자 금액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탈 한국 러시가 가속화되는 것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로 국내 하청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데다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과 각종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도 해외 이전을 부추기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마저 떠나면서 국내 고용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국내 근로자의 88%(1402만명)를 고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국내 공장은 시설 투자를 줄이거나 기존 공장 규모도 결국은 축소하게 될 것”이라며 “2~3년 뒤에는 중소기업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