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브렉시트 후폭풍
EU 탈퇴, 세금 등 매력 잃어
\"은행들 본사 이전 움직임\"
\"일자리 10만개 감소\" 분석도
브렉시트가 가결된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급락했고 세계 증시는 격랑에 휩싸였다. 이러한 직접적인 여파 외에도 영국에는 후폭풍이 거세다. 가장 먼저 나타난 가시적인 변화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탈 런던 움직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은행들이 회사를 영국 밖으로 옮기기 위해 이미 행동에 나섰다\"고 지난 25일 전했다. 런던 금융회사 인사들이 유럽 각국 금융감독 당국자를 만나 면허 연장이나 회사 이전 등을 놓고 의논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물론 FT가 런던 금융계를 대변하고 브렉시트를 반대해온 매체여서 일부 금융계 인사들의 움직임을 부풀려 보도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금융은 민감하다. 법규, 세금, 기대수익 등에 따라 본사나 현지 법인을 신속하게 재배치한다. 1960년대 유로머니(유럽 달러자금 시장) 본격화와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자본 규제를 피해 많은 금융회사가 런던으로 주요 사무실을 이전한 게 대표적인 예다. 덕분에 런던엔 미국계인 JP모건, 골드만삭스, BOA메릴린치와 독일계인 도이치방크, 스페인계인 산탄데르 등 거대 금융그룹의 국제본부가 모여 있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국제본부도 런던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매력이 작용했다. 런던은 20세기 초까지 세계 금융의 중심이었다. 다양한 금융 인프라와 문화가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다 영국이 80년대 금융규제를 선도적으로 완화했다. 자국 금융회사를 보호해온 장벽을 제거했다. 그 바람에 많은 군소 증권사 등이 망했다. 바로 런던 금융시장의 빅뱅(Big Bang)이다.
또한 브렉시트 이전에 영국 및 EU회원국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합규제 아래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런던을 뉴욕과 맞먹는 \'금융 발전소\'로 부활시킨 요인이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영국과 EU 국가간에는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국경 장벽이 생기게 되었다. 더 이상 영국은 EU와 같은 경제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브렉시트는 런던 더 시티(금융지구)엔 충격이다. 이미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분석은 돼 있다. 회계·컨설팅 회사인 PwC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더 시티 일자리가 앞으로 4년 안에 7만~10만 개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회사가 런던을 탈출해서다.
실제로 미국 한 대형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점에 인력을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사업을 꾸려나갈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어디로 갈까. FT 등은 \"JP모건 등이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일랜드 더블린 등으로 옮겨가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블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역사적으로 런던보다 오랜 금융 전통이 있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 때문에 금융 파워가 커진 런던의 그늘에 가렸다. 여차하면 런던에 집중된 금융 파워가 여러 나라로 분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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