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내년 사장단 인사에서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1일 삼성그룹은 사장 승진 6명, 대표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5명 규모의 내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내정·발표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대체적으로 ‘변화보다 안정’으로 풀이된다. 오너가의 승진이 없고 실적이 부진하거나 문제를 일으켰던 계열사의 대표들도 대부분 유임됐다.
일단 와병 중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1년 반 넘게 이끌어오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주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마찬가지고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던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역시 부회장으로 승진되지 않았다. 다만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의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으로 보직을 변경, 삼성물산의 패션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조 단위의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도 일단은 그대로 자리를 지킨다. 3분기부터 실적이 정상 궤도로 진입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의 과실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경쟁사들에 비해 선방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구조조정에 이은 비핵심 자산 매각 등 특단의 조치들이 효과가 없을 경우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삼성엔지니어링도 현 체제가 일단 유지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고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유상증자와 사옥 매각 등으로 삼성중공업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진행 중인 만큼 우선은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실적 부진과 베트남 사고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던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치훈 사장을 비롯한 통합 삼성물산 사장단도 유임됐다.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성열우 부사장이 법무팀장 사장으로, 정현호 부사장이 인사지원팀장 사장으로 승진했을 뿐, 역시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대체적으로 조직의 안정을 추구하면서 서서히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이재용식 인사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소폭의 변화도 있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지난해 12월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은 고동진 부사장이 1년여 만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겸직하던 신종균 사장은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IM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남는다.
또한 삼성전자 정칠희 부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부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호텔신라 한인규 부사장 역시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줬다.
삼성SDS 전동수 사장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 자리에 삼성전자 인사팀장과 삼성종합화학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정유성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은 부사장 이하 2016년 정기 임원인사를 이번 주 내 각 계열사별로 마무리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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