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정주영 명예회장)은 평소 ‘나는 부유한 노동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평등하게 주어진 자본금(24시간)을 열심히 활용했을 뿐,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정규교육이라고는 서당과 초등학교 밖에 못 다니셨지만, 치열하게 자신에게 도전한 것이 큰 성공을 이루셨습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1월 23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이렇게 회고했다.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에는 아버님의 글씨가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생각의 바탕에는 동양의 공동체주의와 서구 합리주의 사상이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미국 TIME지가 ‘정주영은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면서 “아버님은 안 된다고 하면 더 열심히 했다. 1968년 경부고속도로 착공도 반대 속에 시작했고, 소양강댐은 일본 사람들이 콘크리트를 고집했지만 (정 명예회장이) 모래와 자갈 사용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1972년 알래스카 협곡 다리 건설, 같은해 파푸아뉴기니에 수력발전소 건설, 88 서울올림픽 유치 등 고인의 업적을 치하하면서 “살아계셨을 때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을 만드실 때는 혼자서 새벽에 자동차 운전을 하고 가다가 겨울바다에 빠져 간신히 살아나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내가 살아서 나가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사업 벌리다가 안되니깐 자살했다고 할 거 같아 살아오셨다’고 했습니다.”
정 이사장은 자신의 유학시절 정주영 명예회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 당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한 일화도 소개했다. “보좌관한테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줬고, 45분간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불렀는데, 아버님이 북한 출신이라면서 남북관계 이야기를 하니 귀담아 들으시더군요.”
정 이사장은 정주영 명예회장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소개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정 명예회장이) 젊었을 때 고향이 금강산과 가까워서 금강산 안내원을 하신적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16세때 어머님(고 변중석 여사)을 만나셨는데, 서울에 올라오셔서 길거리에서 밥하고 빨래하시는 것이 창피해 울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는 11월 23일과 24일 사진전과 학술심포지엄, 기념식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다. 사진전에서는 1915년 강원 통천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한국 경제에 큰 족적을 남긴 고인의 생애와 인간적 면모를 담은 90점의 사진을 소개한다.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창립을 시작으로 1950년 현대건설 출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의 역사적 순간을 감상할 수 있다. 기념식에는 범현대가 가족과 정.관.재계, 학계 등 500명이 참석해 아산의 생애를 기릴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범현대가 오너가 한자리에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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