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84·사진)이 이르면 올해 안에 ‘21세기 폭스’의 경영에서 손을 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루퍼트 머독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고 그의 둘째 아들 제임스 머독(42)이 뒤를 이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독이 소유한 미디어 기업들의 집단인 ‘뉴스코퍼레이션’은 2013년에 영화·방송을 담당하는 ‘21세기 폭스’와 신문·출판을 담당하는 ‘뉴스코프’로 나뉘었다. 루퍼트 머독은 CEO에서 물러나도 ‘21세기 폭스’의 회장직과 ‘뉴스코프’의 공동회장직은 유지한다.
미국 언론들은 아들에게 CEO를 넘기는 것이 기업의 가족경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1년여 전부터 2세 승계를 준비해 왔다. 영국에서 있었던 불법 도청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던 제임스를 지난해 3월 ‘21세기 폭스’의 공동 COO로 승진시켰다. 첫째 아들 라클란 머독(43)은 ‘뉴스 코프’의 비집행 공동 회장에 앉혔다.
호주 출신의 루퍼트 머독은 1952년 호주의 한 작은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미디어산업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스캔들·섹스·스포츠·범죄 등 자극적 내용을 중점 보도하는 이른바 ‘황색 저널리즘’을 앞장서 구현하면서 판매부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20여 년 만에 호주 업계를 장악한 뒤 미국·유럽·아시아 언론들을 인수해 ‘글로벌 미디어 황제’로 거듭났다. 현재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폭스뉴스, 영국 더 타임스 등의 유력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다.
1999년 홍콩 스타TV의 부사장이었던 37세 연하의 웬디 덩과 세 번째 결혼을 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구촌의 정보통신부 장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지만 한 편에선 ‘비도덕적인 악덕 자본가’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