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로 쓰던 건물 선반마다 작물을 켜켜이 놓아 재배하는 실내 경작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식품을 재배하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는 신기술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식품 관련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자금은 인터넷 기업에 투자된 금액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긴 하나, 다우존스 벤처소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농업과 식품에 투자한 자금은 4억8,600만 달러(5,300억 원)로 54% 급증했다.
뉴욕 소재 사모펀드 ‘페인앤드파트너스’는 올해 1월 단백질 생산과 식품 안전 분야에 투자할 8억9,300만 달러(약 9,76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 같은 트렌드가 촉발된 배경은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무선 기술이 저렴해졌다.
둘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작물을 모니터링 하는 툴이 개선됐다.
셋째, 세계 인구 증가로 늘어난 식량 수요에 관심을 갖는 사업가들이 생겨났다.
넷째,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 광역도시권에서 농업 기술 관련 콘퍼런스를 시작한 로저 로이스 변호사는 농업을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는 ‘마지막 개척지(last frontier)’라고 표현했다. 농식품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5가지 분야를 정리해봤다.
정밀 농업
요즘 미국 농부들은 작물의 생산 비용과 속도, 생산량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이른바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에서 오렌지 농사를 짓는 토마스 맥픽은 레이저 스캐닝 기술을 도입했다. 소형 트럭에 장착한 모바일 스캐닝 기기는 하루에 300에이커(약 40만 평)를 커버한다. 이 기기는 어떤 오렌지에 물을 줄 필요가 있고, 어떤 줄기는 병충해를 입었는지 분석한다.
실내 경작
미국에서 농지 규모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사업가들은 한정된 농지를 가지고 생산량을 늘리는 묘안을 고민하고 있다. 창고로 쓰던 건물 선반마다 작물을 켜켜이 놓아 재배하는 실내 경작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파크 캐피털의 토드 다그레스는 “우리는 도시 농부들(urban farmers)을 길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블로그 ‘텀블러(Tumblr)’와 온라인 안경 쇼핑몰 ‘워비 파커(Warby Parker)’에 투자한 전력이 있는 스파크 캐피털은 지난해 보스턴에 있는 ‘프레이트 팜스(Freight Farms)’에 370만 달러(약 40억4,000만 원)를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프레이트 팜스는 화물 컨테이너에 LED 조명과 센서, 수경 재배 시스템을 설치해 허브와 상추를 재배한다. 이 컨테이너에서 연중 내내 일주일에 상추 500 포기를 생산할 수 있다. 브래드 맥나마라 CEO는 실내 경작 컨테이너는 한 대에 7만6,000달러(약 8,300만 원)에 판매하며, 농약을 살포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 안전
2000년대에 들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식품 리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 농민들은 경각심을 갖게 됐다. 또한 연방 의회는 새로운 식품 규정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엄격해진 식품 안전 규정 때문에 오히려 덕을 보는 회사들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아이식스 노스 아메리카(Icix North America)’는 식품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인비저블 센티넬(Invisible Sentinel)’은 임신 테스트기처럼 생긴 장치로 음식 안에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와 같은 병원균이 들어있지 않은지 검사하는 시스템을 출시했다.
대체 식품
젊은 소비자들은 식용 동물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식품 생산에 토지와 용수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깐깐하게 따진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대체 생산 방식이 뜰 것이라고 베팅한다. 햄턴 크릭과 임파서블 푸즈, 비욘드 미트를 비롯한 스타트업들은 동물성 단백질 대신 식물성 재료를 사용해 버거나 마요네즈를 만든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공동 창업한 빌 게이츠와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히는 리카싱 등 유명 투자자들이 이들 스타트업을 후원한다. 지난해 12월, 리카싱 회장의 오랜 파트너인 솔리나 차우 대표가 운영하는 호라이즌스 벤처스는 식물을 이용해 계란 대체제를 만든 ‘햄턴 크릭’에 투자했다.
농업용 로봇
농작물을 수확하는 작업은 여전히 상당 부분 사람의 손을 거친다. 로봇 청소기 ‘룸바’를 발명한 사람이 창업한 ‘하베스트 오토메이션’은 로봇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회사가 개발한 로봇 ‘HV-100’을 활용해 포인세티아와 국화 화분을 관리하는 고객사가 이미 30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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