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만취해 홧김에 흉기를 휘둘러 같은 한국인 유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국내로 도피한 뒤 버젓이 직장생활까지 하던 30대 남성이 6년 만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1년 미국 조지아주 한인식당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한국인 유학생 고모씨(32)를 살해하고 한국으로 도피한 혐의로 박모씨(31·당시 미국 유학생)를 도주 6년 만에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1년 12월 조지아주 한인식당 앞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중 고씨 등이 자동차를 몰고 자신을 쳤다는 사실에 화가 나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고씨의 목과 가슴, 배를 3~4회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한인식당에서 한국인 유학생 A씨, B씨, C씨와 함께 술을 먹고 나온 박씨는 고씨와 그의 친구 오모씨(한국인 유학생)가 몰던 차에 치여 넘어졌다.
화가 난 박씨 일행이 운전자 오씨를 끌어내리려 하면서 시비가 붙었고, 분을 참지 못한 박씨는 품에 감쳐둔 흉기를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 고씨에게 휘둘렀다. 목과 가슴, 배 부위를 찔린 고씨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자 박씨는 이틀 뒤 한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미국 경찰은 도주한 박씨를 제외한 A씨, B씨, C씨를 모두 살인혐의로 검거했지만 박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그 사이 A씨 등은 보석으로 불구속 석방됐다.
미국 검찰은 6년 뒤인 2017년 8월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한국 서울고등법원에 인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고등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9월부터 수사를 시작한 한국경찰은 박씨의 통화내역과 병원 진료기록 등 건강보험신청내역 분석 등을 통해 박씨의 신원과 연락처를 특정하고 실시간 위치추적을 시작했다.
마침내 경찰은 지난 10월31일 박씨가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입수하고 고속버스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이튿날 KTX를 타고 상경하던 박씨를 서울역에서 검거했다.
불과 2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검거한 셈이다.
경찰 조사에서 한국으로 도주한 뒤 버젓이 직장생활까지 해오던 박씨는 검거 당시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미국으로 인도돼 미국 고등법원 재판에 넘겨진 뒤 유죄선고를 받을 경우 최고 형량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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