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이 벌어지는 중국 춘제(중국 설) 연휴 기간에도 생계 걱정에 시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시의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과 일자리가 부족한 농촌 지역 사람들이다.
십년동안 상하이에서 배달원으로 일한 왕준칭(40)은 올해 춘제 때 고향인 산시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춘제 때 일을 하면 임금을 3배 이상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춘제 기간 17만원을 보너스로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월 170만원 가량을 벌었으나 최근 배달 인력이 급증하면서 일거리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 방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상하이 미용사인 매이루(28)도 가장 손님이 몰리는 명절 기간 신장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 동료 중에도 집에 가지 않는 사람이 꽤 있다\"며 \"고향에서는 월 68만원을 벌었는데 상하이에선 2배 이상 번다\"며 상하이 생활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상하이 3층 건물의 청소부로 일하는 루샤오메이(53)도 비슷한 처지다.
충칭에서 온 루는 상하이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15년전 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춘제 귀성길에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 기간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휴일 근로 수당을 받거나 돈을 벌기 위해 도시에 남기로 한 이들은 중국 경제의 그늘, 지역·도농 격차를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 달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8세 \'얼음 소년\' 왕푸만은 최근 후원금을 받아 생활이 일시적으로나마 나아졌다고 알려졌다. 윈난성 산골 저안산바오에 사는 이 소년은 추운 등굣길을 4㎞ 이상 꼬박 걸어와 머리에 눈송이가 하얗게 쌓인 사진으로 화제가 됐다.
왕푸만의 가족은 전국에서 약 136만원의 후원금과 새 옷, 책, 장난감을 선물로 받았다. 후원금으로 올해 춘제 때는 예년과 달리 중국식 배추와 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왕푸만의 부모는 SCMP에 전했다. 감자와 흰쌀로만 배를 채우던 평소와는 다른 특별식이다.
하지만 왕푸만의 나아진 삶은 일시적이 될 것이다. 저안산바오 1가구당 한해 수입은 최대 85만원에 불과해 중국 도시 평균 수입의 1/6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저안산바오 대부분의 성인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인근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왕푸만도 이 때문에 부모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홀로 남겨진 \'유수아동\'으로 불렸다.
쿤밍 건설 노동자로 일한 왕의 아버지는 최근 SNS로 아들이 화제가 되면서 집에서 좀 더 가까운 자오퉁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집에는 여전히 사흘에 한번 꼴로 밖에 오지 못한다.
근본적인 농촌 개발 대책 없이는 도농 간 격차가 크게 해소되지 않고 왕푸만과 같은 유수아동의 고달픈 삶이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